오르막길
몹시 추운 날이었다.
사람냄새를 맡고 싶었다...그야 말로 사람냄새이다...휴머니즘 어쩌고 저쩌고...이런 관점의...시장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냄새가 아닌...그냥 사람을 찍고 싶었다...감정에 휘둘리지 말고...그냥 바라볼 곳....무작정 전철을 타고 이촌역에서 내렸다...
전철역이라면 그것도 갈아타는 역이라면...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바같공기도 같이 쉴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하고 이촌역 플랫폼에서
무작정 왔다갔다 하면서 사람들을 찍어됐다...그러나....애초에 아무 애정없이 보려고 했던,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던 그런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결국 또다시 싸구려 감상주의에 빠지고 있었다...멀리서 들어오는 전철...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전철을 바라보는 아리따운 여인.....
찍었다...레이소다 일면에 나오는 세피아톤의 이쁜 모델 사진을 만드려고 했다...제길.......원초적일 쓰레기 사진을 찍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레이소다에서 지겹도록 보고도 내가 지랄같이 찍으려고 하는 건...병신같은 짓이다....
렌즈를 전철역 밖으로 돌렸다....'재건출 들어가나....' 집이 헐려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달려오는 자전거...
자전거가 내 파인더 속으로 들어오기까지의 2초동안 셔터를 눌러야 할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정리 됐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