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33
새벽 6시경의 우포늪은 차갑디 차가운 고요한 정적이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아 얼음같은 공기가 손끝으로 전하여 온다.
나는 이 차가움과 조용함 때문에 겨울 새벽 우포늪을 좋아한다.
오늘은 촬영온 사람도 없고 여명의 하늘엔 그믐달과 별들이 누워있다.
차가운 비수같은 그믐달은 죽음을 연상시킨다.
큰아버님의 죽음
사망한 가수 길은정씨도 문득 떠 오른다.
생명에 대한 애틋한 몸부림,죽음과 통증에 대한 공포감과 허무함
오늘 우포늪에서 차디찬 비수같은 그믐달을 보고
아름답디 아름다운 하얀 칼끝에 피한방울 나지않는 죽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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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길은정이 남긴 마지막 일기 ‘내가 좋아하는 블루’의 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블루
파랑이라는 색깔에서 파생된 색이라면
나는 그냥 좋다.
물론 '그냥' 이라는 답은 없어서
깊이 생각하고 따지고 들어가 보면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냥'이라고....
내게는 기타가 2대 있는데
(뭐... 음악을 전문으로 하고 기타를 전문적으로 치는 사람들에게는
기타 20여대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 걸....)
그 두 대 모두 원목 색깔 그대로를 살린 기타다.
물론 어쿠스틱은 원목 의 빛깔과 나무 결을 그대로 살린 기타 중에서
훨씬 더 좋은 기타를 찾기 쉽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파란색으로 칠을 한 기타를 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