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석과의 교감
"머하노? 빨리온나"
"언니야.. 잠깐만.."
골목을 헤메다 불쑥나타난 그녀석..
(내가 불쑥 나타났겠지만..ㅋㅋ)
그렇게 한참을 거기에 서있었다.
낯선이가 다가와도 짖지도 않는 그녀석은
뭔가 할 말이 있는것 처럼.. 마치..
여기에는 왜 왔냐는
그 사진기는 뭣하러 들고왔냐는..
이런 사진찍어서 뭐하냐는...
나는 그녀석이 바라만 보고있었는데
묘한 죄의식이 들었다.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그들의 일상들은
여태껏 멋지고 이쁜 장면들만 찍어왔던 나에게
물론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왠지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에 셔터누르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보도사진을 찍는 작가도 아닌 어설픈 내가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재개발지역에서
뭔가 찍을 것이 없나하면서
찾아다니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탓이었으니라...
- 부산 매축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