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地 4 [주인을 기다리는 사진] 할머니 그렇게 나와 다른 여인들과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여러 농담을 즐겼다. “이 땅 주인이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하나요?” “좀 있다 개발을 한다나 뭐 한다나…. 그러면서 이놈도 쑤시고 저놈도 쑤시고” “음, 모두가 잘 되면 좋을 텐데, 아휴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더 그러는 거 같아요”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아 카메라를 챙겼다. “일어 날려고, 아직 막걸리가 좀 남았는데…… 따놓은 거 남기면 버려야 되 이거 막잔 먹어 선상” 그래서 마지막 잔을 받아 먹고 일어났다 아직 해도 하늘에 남았는데 잠시 땅이 돈다. “막내야 우리도 가자,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지 00댁도 수고 했어” 그러자 가운데 격인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저기에다가 파를 심을 건데, 손 보고 들어갈게 형님 먼저 들어가” 라며 일어나셨다 나도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사진을 드리려면 어디로 드려야 되는지 물었는데 “사진? 다음에 보면 줘 할망구 사진 잘 나와봐야 할망구데, 근데 진짜 줄려고?” “그럼요, 술값은 해야지요, 할머니 덕분에 잘 얻어 먹었는데요.” “우리는 항상 여기 나오니깐 담에 오면 줘!” “예 그럼 담에 여기오면 드릴께요, 꼭!” 그리고 밭을 나와 도심 속으로 가는데 할머니는 양손에 목발을 집고 가셨다. 그때까지도 나는 할머니 옆에 있는 목발을 못 봤다. ……………………….. “자기야 빨리 준비해 뭘 그리 꾸물대니?” “알았어” 아내와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려는 어느 날 아침, 아내의 성화에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서 가방에 넣는데 가방 주머니 한 켠에 사진이 삐죽 나와 있었다. ‘아… 그때 그 할머니 사진…….” 나의 가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몇 장의 주인을 기다리는 사진. 다시 만나면 사진을 주겠노라 약속을 했는데.. 그 뒤론 만나질 못했다. 세 번 그 곳에 다시 갔지만 거기에는 한쪽 귀퉁이에서 파들만이 나를 맞아주었다. 끝 Tri-X 400
하늘아래/Cho
2005-01-12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