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32
1만5천년 전 빙하기가 최대였을 때 해수면(바다의 수면)은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다. 이때 남해바다는 낙동강 하구에서 60㎞나 떨어져 있었고 낙동강과 우포늪은 폭이 좁고 깊은 골짜기였다. 골짜기의 깊이는 퇴적암층이 누워있는 지하 10m였거나, 또는 그보다 훨씬 깊었을지 모른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1만년 전에는 바닷물이 현재의 해수면보다 25m 아래, 8천년 전에는 10m 아래까지 차 올랐다. 바닷물은 6천년 전에서야 현재의 높이에서 안정된다.
빙하가 녹으면서 육지의 골짜기였던 낙동강 계곡으로도 바닷물이 들어와 낙동강 하구에서 160㎞ 떨어진 경북 고령군 88고속도로 고령교(88고속도로)까지 바닷물이 넘실댔다. 낙동강은 이때 강이 아니라 내륙의 좁은 만(灣)이었다.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홍수가 나면 골짜기 상류에서 낙동강을 따라 흘러내린 돌과 흙이 지리산 계곡에서처럼 계류에 실려 멀리 옮겨졌다. 그러나 바닷물이 들어온 뒤에는 좁은 만의 바닥에 쌓였다. 이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바닥이 해수면보다 높아지고 그 사이를 따라 강이 흐르게 됐다. 이후 강의 양쪽에 모래와 흙이 쌓여 비옥하고 넓은 둑(자연제방)을 만들었다.
현재 우포는 낙동강 본류에서 동쪽으로 7㎞ 가량 떨어져 있다.
화왕산에서 시작해 창녕읍을 지나온 토평천이 이 늪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낙동강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토평천이 우포늪으로 실어온 흙과 모래의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 해발 고도가 9.6m인 반면, 하류인 낙동강 쪽 자연제방은 홍수때 실려온 퇴적물이 작은 동산처럼 높게 쌓여있다(해발 14~17.5m).
홍수가 나면 낙동강물이 우포로 역류하고 평상시에도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이 일대는 물이 고여있는 늪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