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청호동 이야기 #20 (마칩니다)
청호동 이야기 마칩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입니다.
대학가기 전까지 10여년간 주욱 살아 왔고
군복무를 위해 내려와서 3년쯤 되었습니다.
그동안 틈틈히 청호동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디 멀리 다닐만한 사정도 되지 않고 해서
찍게 된 것입니다.
청호동은 실향민 아바이 마을로서도 유명하고
가을동화 은서네집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사실 알고보면 보잘것 없는 동네입니다
건물들은 다들 오래된 단층 흙벽돌집이 많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어업과 관련한 직업이 그나마 대부분이겠구요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도로 하나 밖에 없는
그밖에는 구불구불한 골목으로 이루어진 동네
젊은이는 거의 없고 아이들과 노인들만이 남겨진 동네
그마저도 이제 재개발 한다고 다들 새걸로 뜯어 고치고 있습니다.
것도 돈있는 집이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동네지만 바다와 산과 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
사계절의 다양한 변화는 사진으로 다 담기에 벅찰정도였습니다.
언제나 자연은 우리에게 멋진 광경을 선사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걸 즐길 여유와 담을 수 있는 실력이 미천할뿐입니다.
또한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하나도 각가의 이야기가 있고 삶이 있고
다만 저는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다가기 어려웠을 뿐입니다.
이제 얼마 후면 이 곳 청호동의 떠나게 됩니다.
다시 서울로 가서 이제 이곳에는 가끔 명절에나 내려오게 될지도 모르겠고
사실 아직 상상은 안갑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동안 4년간의 서울 생활을 까마득한 옛이야기 처럼 잊혀져 버렸으니까요...
그러나 또 서울생활 몇 년 후에는 이곳 생활이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겠지요?
이곳 청호동을 떠나면서 이런저런 좋은 사진을 선사해준 청호동에게 무척이나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어린시절 청호동은 제가 뛰놀며 낚시하고 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좋아하던 여자아이들에게 장난을 걸던 그런 공간이었는데
사진을 통해서 만나는 청호동에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은 청호동과의 잊지못할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그간 청호동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p.s 위 사진은 2.18일에서 24일까지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열리는 '로커클럽' 사진 전시회에 16R로 프린팅해 전시 예정입니다.
참고로 사진은 모두 미놀타 카메라와 렌즈로 찍었습니다. 필름은 벨비아 프로비아 위주입니다.
포토샵을 통해 풍경과 인물을 교차시켜 배열했으며 모든사진은 청호동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