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地 3 [만남] “선상은 어디서 나왔소?” 세 여인이 있는 자그또?밭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는 나에게 나이가 제일 많이 들으신 할머니가 카랑카랑한 말로 갑자기 물었다. “네?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 입니다. 히히..” 세 여인들이 사뭇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날카롭게 보고 있어서 살짝 긴장을 풀려고 농담을 건 냈다. “아…… 어디서 나왔냐고 물었소! 또 괜한 조사를 해서 우리에게 실없는 말을 할 거면…… 빨리 가쇼” 아무래도 시커먼 카메라를 들고 나의 모습이 이 세 여인에겐 별로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다른 건 아니고요, 할머니 그냥 사진을 좋아서 찍는 아마추어 사진 작가 입니다. 요 근처에 왔다가 밭을 손질하시는 모습을 담고 싶어서 이리 왔습니다. 불편하시면 그냥 갈게요.” 그제서야 세 여인의 표정에서 날카로움이 사라졌고 다시 일을 할 채비를 하며 자기들끼리 하던 얘기들을 작은 소리로 주고 받으며 웃기 시작을 한다. 내가 불청객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꽤나 즐거웠나 보다. 금새 나의 한마디로 세 여인 가운데 웃음이 나타나는 걸로 봐서는… 다시 찬찬히 살펴 보니 세 여인 중 한 분은 나이가 나와 같이 젊어 보였고, 한 분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며, 나에게 말을 건넨 분은 누가 봐도 할머니라 인식이 될 만큼 나이가 많아 보였다. 어찌되어건 말을 먼저 나눈 할머니가 좀 편안하게 보여서 이 가을에 밭은 왜 돌보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와 두 여인은 서로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약속이나 하듯이 웃으며.. “이거라도 해야지.. 다른 건 할 것이 없어…… 야! 막내야 우리 막걸리나 먹어 버리자. 해도 져가고 있고 집으로 다시 싸가지고 가봐야 어따 쓰냐? 안 그려……” “선상도 한잔 하고 가… 두 통이라 남을 것 같아. 근데 여기 말투가 아닌데 어디서 왔어?” “저요, 서울이요. 할머니도 여기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나… 젊어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나이 먹고도 이리저리…. 여기까지 왔네 그려.” 그 말에 반증이라도 하 듯 깊이 패인 주름살과 까무잡잡한 피부, 손은 온통 상처 투성이와 굳은 살이 있었다. “막걸리엔 역시 갓 김치가 최고여, 선상도 먹어봐, 이런 김치 먹기 힘들어!” 하며 한 손엔 막걸리 한 컵과 또 다른 손에 김치를 들으시고 나에게 건넸다. “우와 정말 맛있네요. 울 어머니 김치가 생각이 나네요…” 역시 공짜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Tri - X 400
하늘아래/Cho
2005-01-02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