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을 위하여 8
- 지붕 위의 바이얼린 -
소년이여
지붕으로!!!
남자아이라면 높은 곳에 올라가길 꺼려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줄 안다.
작은 집 동생도 세살부터 오를 수 있는 곳은 다 올라다니고 조금 허름한 곳에선
발이 빠지면서까지도 열심이었다 물론 우는 소리 또한 커서 팔과 다리에 상처가
가실 날이 없었다.
하지만 올라 다닐만한 곳 중에 지붕에 올라가기란 여건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
나고 자란 우리집은 지금도 반쯤 양옥이다. 그리고 엄마가 개조하길 원하지 않으셔서 붉은 기와가
바래있다. 마당도 좁은 데 집엔 감나무가 전봇대처럼 마른 채로 해마다 감을 선물한다. 그것때문에
남자 조카는 외할머니따라 감을 따보겠다고 지붕에 오르기 일쑤다.
감나무는 우리집 지붕과 가까운 것이 아니라 앞집 지붕을 위로해서 가면 쉽게 딸 수 있어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어른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올해도 조카는 올라타서 외할머니의 수고로움을 많이 덜어
주었다했다.
우린 쳐다보기만 해도 어지러운데 아이들은 지붕을 타는 일이 왜 좋은 것일까.
사진 속 성진이와 희남이도 지붕에 올랐다. 물론 오르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괜찮다고 해서 오르긴 했다.
마음은 오르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야단치기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알겠는가. 몸이 크고 머리가 커지면 지붕에 오르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지붕 위에서
바라본 눈높이의 건물과 사람들은 땅 위에 서서 보는 것고 어떻게 다르며 그것에 대한 생각이 자라면서 얼
마나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는지.
지붕은 어쩌면 희망이요, 이상이리라. 그러면서 위험하기도 한 삶 같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오르고
싶은지 모른다. 비로소 지붕 위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산 정상에 올라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 동네는 매우 높이 솟아있는데, 그 높은 곳에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지붕은 길 옆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들이
올라갈 수 없는 곳일게다. 사실 내가오르고 싶었다고 고백해야한다. 어린 시절 올라보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못 해본
지붕타기.
아이들은 뒤로 높다란 아파트가 희미하게 보인다. 모두들 지붕 위에 올라선 느낌을 알까. 시멘트 바닥으로 된 다리보
다는 내 주먹만한 구멍이 뚫린 '퐁퐁다리'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까. 이 지붕타기는 퐁퐁다리 건너기의 위험요소만
큼이나 아찔하지만 올라본 자는 알 것이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리라.
빛고을에 사는 조카네는 아파트 꼭대기층이다. 다른 층도 있었지만 굳이 그 곳을 선택한 이유는 초등학교 2학년인 조
카를 배려한 것이란다. 그 곳엔 다락방이 있기때문. 집들이 갔을 때 녀석이 자랑처럼 허리춤에 손을 얹더니 자기 방이
또 하나 있다며 다락쪽을 이끌었다.
긴 막대기로 고리를 내리니 계단이 내려오고 그 곳엔 녀석만한 등치 셋은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었다. 어찌나
부럽든지 나중에 빌려주겠냐고 했더니 이모는 빌려주겠다한다. 지금쯤 그 곳엔 엄마가 보지 말라하는 만화책들과 하지
말라는 장난감 놀이에 관한 것들이 쌓여있을지 모른다. 녀석만의 공간이니 누가 알겠는가. 야단 맞았을 때도 숨는 곳이
라 한다.
지붕에서 다락방까지 이어진 이야기.
높다란 곳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매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위로 오르기를 희망하는 지도 모른다.
설령, 다시 올라가야할 일이 생기더라도
하여튼 녀석들이 부럽기만 하다.
다음엔 나도 아이처럼 올라가봐야겠다.
그 땐 용기가 필요하리라.
*^^* 새해엔 레이소다님들 모두 하하하 크게 웃을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