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앨범 오래된 앨범을 뒤척이다 동네 사진관은 고작 증명사진이나 찍어주고 손님이 찍어온 필름을 현상해 주거나 필름, 건전지 따위를 파는 곳이다. 주인 아저씨는 동네 사람들 앞에서 작가연하고 예술가 티를 팍팍 내지만 그곳에 무슨 위대한 '예술'이나 기가 막히게 세련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은 아니다. 흔히 동네 사진관은 꼬질꼬질한 형편과 매너리즘에 찌들린 증명사진으로 설명되는 곳이다. 하지만 간혹 밝은 눈을 가진 자들이 사진관 윈도우 더께 만큼의 세월을 거슬러 촌스럽다 못해 서글프기조차한 사진 한 장 발견하고서는 단말마. 낮은 신음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무릎을 치나니 시간을 이겨내는 것은 언제나 아름다우며, 설령 시간 앞에 허물어진다손 치더라도 시간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처절한 대면을 이루어낸 먼지 쌓인 그것들은 너무나 눈물겹다. 그러므로 사진관은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되는, 영혼의 시간을 관장하는 영혼의 공장이다. * * * 용호동 용호농장 소재 <오륙도 사진관> 내부 모습은 아래 사진을 참고 하세요 http://www.raysoda.com/Com/Photo/View.aspx?u=1676&f=U&pg=2&p=15727
화덕헌
2004-12-22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