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을 위하여 5
- 친구와 자전거와 고양이
성진이와 희남이는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성진이를 만나러 갔을 때, 호기심에 가득찬 눈 - 희남이의 눈은 소눈처럼 크고 맑다 - 으로
나를 대했다. 성진이야 여러 번 보고 함께 쑥을 캤던 사이라 자연스러웠는데, 희남이는 처음
인데도 나를 대하는데 서투르지 않았다.
성진이에게는 자전거가 한 대 있었는데, 가방을 놔두고 온 성진이에 비해 희남이는 가방을
갖고 놀고 싶어했다. 결국 우리는 희남이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디로 가
버릴까봐 희남이가 걱정했기때문이다.
희남이에게 형이 하나 있었는데, 맞벌이 부부여도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한 성진이와 달리 희남이는
아직 그것을 못 가진 듯 했다. 그래도 녀석의 웃는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맑다. 만약 자전거 타겠다
는 것에 조르지만 않았어도 내게는 더없이 맑은 녀석으로 남을 수 있었을게다.
성진이의 자전거. 자전거 주인은 성진인데 비탈진 곳에서 기어코 자기 먼저 타겠노라며 어찌나
떼를 쓰든지 정작 주인인 성진이는 겸연쩍게 자전거 손잡이만 잡고 있을 뿐, 희남이는 자전거를
달라며 흔들기까지 할 정도였다.
아무리 달래도 자전거 쟁탈전은 어찌할 수 없었다.
결국 자전거는 바퀴를 신나게 굴릴 수 없게 되었고 둘은 자전거 페달에 두 발을 댈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난 초등학교 6학년 때 자전거를 배웠다.
그땐 자전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대부분 빌려타는 게 고작이었다.
내가 빌렸는 지는 모르겠지만, 큰 맘 먹고 빌린 듯하다.
친구는 매우 잘 탔는데, 내가 안장에 올라타는 것과 빨리 달리면 어지럼증이 있는 것을 안 친구는
뒤에서 잡아주겠다며 권했다.
결국 용기를 내서 타게 되었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나갈 때 뒤를 돌아보며 이제 그만 놓으라고
했을 때 이미 나 혼자 타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얼마나 상쾌한 기분이었는 지. 물론 그 순가에
전봇대를 들이 받아 어느 쪽인지 모르지만 긁힌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당당히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며, 혼자서 오래도록 타노라고 약간은 부풀은 자랑도
했던 것 같다. 희남이가 자기 자전거도 아니면서 성진이에게 부탁하지 않고 타고 싶은 심정은 어쩌
면 그 또래에서는 당연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