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이란 어떤 사진인가..
..손이 베일만큼 날카롭게 날 세운 라인..
..바늘 끝 하나 허용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구도..,
..손에 잡힐 듯 사실적인 질감과 넘칠 만큼 풍부한 계조..,…
..무엇이 되었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질문이고..
..또한 그 결과로 좋은 사진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에게 있어 좋은 사진은 무엇일까..
..좋은 사진을 좇아서..
..대가라 불리는 작가들의 사진을 흉내내어 보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레이소다 스타일이라는 걸 흉내내어 보기도 하고..
..남들이 좋다 하는 사진기, 좋다 하는 렌즈는 죄다 수중에 넣어보기도 하고..
..그랬었다..
..나름 과분한 칭찬을 들은 적도 있고..
..나름 분에 넘치는 추천을 받은 적도 있었으며..
..나름 내가 정말 사진을 좀 찍는구나 오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나는 늘 부끄러웠고..
..나는 늘 불안했으며..
..나는 늘 부족했다..
..그리고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것이 내가 만든 좋은 사진이라고..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사진을 만들지 못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출근길..
..나는 잠시 그 모든 것을 잊은 채로 한 장의 사진을 담았다..
..내가 아는 사진에 대한 모든 상식과 기준에서 벗어나..
..필터를 빼버리고..
..초점을 어긋나게 하고..
..조리개는 있는 대로 열어 재낀 채..
..나는 빗속의 여인을 담았다..
..그것이 그 순간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감정이었으며..
..그것이 나의 감정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상식과 기준을 배반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행복하다..
..당신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얻어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