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고 싶은 길
/ 고지연
이 가을이 가기 전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황금빛 태양이 숲길을 녹일 듯
이글거리고
붉은 단풍 잔 바람에 떨며
흩날리는 오솔길을
손을 잡지 않아도
같은 장소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리는 사람
긴긴 길을 걷다가
잠시 앉은 벤치에서
두 사람 어깨 위에
사르르 앉았다 떨어지는 은행잎
손으로 집어
책갈피에 넣으렵니다
준비해 간 작은 포트에서
따끈한 차 한잔 나누어 마시고
잠시 쉬는 동안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
당신과 함께 낙엽이 지는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삶이 다 하는 날까지
그 하나로도 행복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