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어 빼는 님의 노래가락에 첫 잠든 어린 잔나비의 애처로운 꿈이 꽃 떨어지는 소리에 깨었습니다 죽은 밤을 지키는 외로운 등잔불의 구슬꽃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고요히 떨어집니다 미친 불에 타오르는 불쌍한 영(靈)은 절망의 북극(北極)에서 신세계(新世界)를 탐험합니다 사막의 꽃이여 그믐밤의 만월(滿月)이여 님의 얼굴이여 피려는 장미화는 아니라도 갈지 않은 백옥인 순결한 나의 입술은 미소에 목욕감는 그 입술에 채 닿지 못하였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달빛에 눌리운 창에는 저의 털을 가다듬는 고양이의 그림자다 오르락내리락합니다 < 한용운 - 님의 침묵 중 >
히로
2004-12-03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