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노을빛 반짝이며 날갯짓하던
물총새의 싱그러운 푸르른 삶
철썩이는 물고기 소리에 놀라
있음을 알리는 풀벌레 울음에
산비둘기 오늘 하루 살았음이 행복하여
높은 목청으로 저녁해 보내는 곳
몸도 마음도 어느새
내 영혼의 피안처
늘 앉았던 그 곳에 깊이 잠겨 보려고
허우적거리는 거울 속 모습
물에 뜬 낯선 다른 그림자
갸우뚱대며 이상한 듯 나를 봅니다
더는 잃을 것 없는
저 보이는 모습에서 나를 본 나는
결코 되찾을 수 없는 흐려진 눈빛으로
어느새 차려 입은 옷을 하나 둘 벗깁니다
붉은 입술도 지우고
내 스스로 가두어진 이곳에서
어쩌지 못하고 그렇게 산책을 끝내는가 봅니다
-. 속절없이 가버린 계절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아쉬워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