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버지의 자전거
동네는 길게 이어지는 2차선 도로 양옆으로 왼쪽엔 마을이, 오른쪽엔 논과 밭 그리고 비닐 하우스들이 질서 있게 자리잡고 있었다. 길가 양옆으로 이어지는 코스모스 꽃길은 가을의 높고 파란 하늘과 함께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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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아버지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것은 자전거였다. 아버지는 이사 온 다음 날로 자전거 두 대를 구입하셨다. 한 대는 큰오빠에게, 다른 한 대는 아버지께서 소유하셨다. 사실 마을까지 내려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아버지께서 없는 돈을 쪼개어 구입하신 것이었다. 큰오빠는 오빠의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아버지도 우리가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언제나 자전거에 나와 작은오빠를 태우고 학교까지 바래다 주셨다. 그것도 그 힘든 산길을 두 명이나 태우고서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우리를 태우곤 언제나 웃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이 아빠가 돈 많이 벌면 니들 자전거 각자 한 대씩 사줄 꺼야. 아니다, 차를 사줘야겠구나! 하하." 그럼 오빠와 나는 뒤에서 피식피식 웃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더욱 힘껏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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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나와 작은오빠를 자전거에 태우고 큰오빠는 어머니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무척이나 가볍게 페달을 밟으셨다. 그리고 들뜬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달이 무척 밝지? 아버지는 이제껏 저렇게 밝은 달은 처음 본다. 그렇지?"
그러면서 페달을 더욱 세게 밟으셨다. 그러고 보니 길은 대낮처럼 환했다. 마치 우리를 위해 달빛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셨던지 큰오빠에게 말했다.
"승호야! 아버지랑 경주해 볼까? 누가 집까지 빨리 가나, 자! 시작!"
그날 밤 우리 가족을 태운 자전거는 달빛이 흐르는 길을 따라 아득히 먼 곳을 향해 힘찬 페달을 밟고 있었다.
[아버지의 자전거] -00' 김 민 정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