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목욕탕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팔레스타인의 요단강에서 <물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던 요한>이
예수를 가르켜 그는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분>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이른바 성령으로 세례를 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기독교 신학적인 토론은 잠시 접어두고 팔레스타인 광야와
요단강 강가에서 벌어진 예수의 등장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물로 세례를 주는 유태의 종교는 <보이는 종교>이며
성령으로 세례를 주는 예수의 종교는 <보이지 않는 종교>이다.
물과 달리 성령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마 통치하의 초창기 기독교도들 역시 <보이지 않는 종교>를 믿음으로 인해 여러가지 편견과 박해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들이 당국으로 부터 받은 혐의와 세간의 의혹 중에 하나는 그 신흥종교에 '신전'이 안보인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상식으로 볼때 신전이 없다는 것은 그럴듯한 종교로 봐주기 힘들다는 뜻이다.
"신전이 없다니...말이 되나?" 그것은 사교로 의심받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그들의 지도자들 역시 로마나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옷차림이나 외모에서 어떤 종교적인 제스쳐도 갖지 않았다.
신전이 없는 불온한 신흥종교를 믿었던 그들에게는 "유니폼" 조차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A.D. 313년 그들의 종교는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종교지도자들은 로마의 공무원을 방불하는 지위를 얻게 되었고
국가 종교에 걸맞는 여러가지 격식을 갖추게 되었으니 아주 잘 <보이는 종교>로 탈바꿈 한 것이다.
지하 무덤을 떠돌던 그들의 후예들은 로마의 웅장하고 찬란한 여러 신전과 건물들을 고스란히 접수했고
그들의 사제들에게는 로마의 관리들 처럼 계급에 맞는 각종 색깔의 호화스런 유니폼이 지급 되었다.
팔레스타인 예수의 종교는 약한 사람들을 섬기는 <보이지 않는 종교>였는데
로마의 종교가 되어버린 로마교는 세계를 지배하는 아주 잘 <보이는 종교>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교회당 모양은 그 찬란하게 빛나는 빨간 네온 십자가 만큼이나 명확하지만
그 종교적 역할은 과연 3천원 짜리 목욕탕의 굴뚝 보다 나음이 과연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다.
로마 제국의 종교였던 기독교가 이땅에서는 종종 아메리카 제국의 종교로 드러난다.
기독교는 과연 제국의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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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6 서울 인사동 승동교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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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마음사람 님의 사진을 보다가 답장으로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http://www.raysoda.com/Com/Photo/View.aspx?f=U&s=DD&u=6653&p=188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