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모처럼 찾아온 손주 녀석 아침상을 차려 주려는 외할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재래식 부엌은 대체로 안방 벽에 이어져 남쪽으로 위치하여 부뚜막이 있고, 부뚜막에는 크고 작은 무쇠솥이 서너개가 걸린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솥에서 밥을 풀 때 그 방향이 대문쪽으로 향하면 밥을 ‘내푸는 것’이고, 집 안쪽을 향하면 ‘들이푼다’고 하는데, 내푸면 복이 나간다 하여 꺼려하는 관습이 있었다.
밥을 들이푸는 위치에 솥을 걸려면 안방에서 남쪽으로 이어져 있는 부엌의 출입문이 동향이어야 하며 대문은 동향 또는 서향이어야 했다.
옛날에는 이사를 하려면 먼저 서두르는 일이 솥을 거는 일이었다.
길일(吉日)을 택하여 솥을 걸고 그날 밤을 그 집에서 자면 설혹 살림살이를 옮겨오지 않았어도 이사를 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