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새 분무기 결혼 3년.. 아직도 원룸에, 비키니옷장에, 종이박스 쌓아놓고 살지만, 싫은 기색 없이 늘 웃는 얼굴인 아내가 고맙다. 아침에 아내가 드라이하던 중, 머리에 물 뿌리는 것이 고장났다. " 여보, 이거... 분무기 하나 사야겠다. " " 응? 물뿌리개? ... 음.. 그거 내가 만들어줄께;; " " 만들어 준다고? ...... 좋아! 알았어~ 이쁘게 만들어줘야 해~ " 아내는 내가 대체 뭘 어떻게 만든다는 건지 알지 못하면서도, 그래도 일단은 나를 믿고 기대를 해준다. 페브리즈 다 쓰고 남은 병을 잘 씻어, 네임펜으로 정성껏 난을 치고,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상춘곡' 첫소절을 떠올려가며 적었다. 아내가 좋아라 한다. 내 마음도 기쁘다.
하늘왕자
2004-11-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