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닮았다
난 내 손가락이 밉다.
정확하게는 손톱이 미운 거다.
작고 뭉텅한 손톱은
언제나 살 바깥으로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손톱이 조금이라도 자랄라치면
손톱 밑으로 때가 낀다.
그래서 남들처럼
예쁘게 손톱을 기르고 있을 틈이 없다.
그런 나의 미운 손가락을
내 자식놈이 그대로 닮았다
닮을 것이 없어
그걸 닮았나 싶으면서도,
아이의 그 손가락은 나보다 곱다.
검은 때가 껴도,
물어뜯어 모양새가 더 망가져도
새끼인 그 녀석의 손톱은
나보다 곱다.
우리 父子는 손가락이 닮았다.
발가락도 물론 닮았을 터이다.
2004.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