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억 #1
"오빠는 모델 사진도 찍고 풍경사진도 찍으면서
나랑은 왜 사진 별로 안찍어..나도 남들처럼 커플 사진 갖고 싶은데.."
"어?"
그녀가 무심코 건낸말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늘 아픔으로 다가와서
잠만 자던 일요일날 일찍 약속을 잡고 졸린 눈을 비비고
남한산성에 갔습니다.
늦가을이라 마지막 모습을 뽐내는 단풍을 보면서.
그녀보고 단풍이 많이 쌓인 곳에서 이리누워봐.. 저리 누워봐 하면서..
한장 찍어보고.. 삼각대까지 달려가서 다시 셔터 누르고 뛰어오고.
여러번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나봅니다.
나중에는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고생하네.."
그런 미안해 하는 그녀보다는 제대로 된 사진한장 못찍어줬던 제 모습이
참으로 미안했던 하루였습니다.
레이소다에 제 모습이 나온 사진을 올릴려니 무척 쑥스럽고 그러네요.
이게 키포인트야 라고 하면서 그녀의 귀에 얹은 낙엽이 지금 보니
웃음이 나오게 하네요.
당분간은 이 사진이 그녀를 흡족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Music : Kaori Muraji - lull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