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가을, 춘천에서 운명을 만나다 처음 본 외수씨의 느낌은 어릴적 막연히 동경했던 그 시절의 존경과 거의 일치했다. 술자리에서 건넨 한 친구의 농담같은 진담에 자극을 받은 나는 우연처럼 춘천으로 외수씨를 만나러 떠났다. 십오년의 세월을 건너뛴 채 거기 외수씨가 있었다. 희안한 일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내가 읽었던 책 속의 모습 그대로였고, 거기서 조금도 진화하지 않고 있었다. 외수씨는 내게 서울을 떠나 자연과 벗하며 자연속에서 배우며 혼자 되어 글을 쓰라고 조언해 주었다. 내가 쓰지 못하는 이유는 나를 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고 내가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내게 말했다. 하마터면 난 울어버릴뻔 했다. "작가의 양심"과 "개무시"의 룰... 술에 알맞게 취해 내게 몇번이나 단절과 홀로됨에 말을 되풀이해서 들려주던 그의 조언을 이 가을에 가슴에 새긴다. 그리고 어금니를 문다. 두고보라. 나는 이제 간다.
달려!
2004-11-09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