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완구
나 유찬흠 58개월.
주위 어른들께 ‘똘방똘방하다’는 소리 좀 듣고 사는 편이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 상록유치원
‘5월의 바른상록어린이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내 앞에 얼빵한 모습으로 있는 이 아이는
13개월 된 내 동생 유일린.
전형적인 ‘단무지’과에 속하는 대책 없는 아이다.
얘처럼 ‘띨~빵’하게 생긴 애가 나와 같은 AB형이라니.
하여간 이 얼빵이는 엄마 아빠가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내가 가진 동작 완구 중 이만한 게 없다.
다양한 동작과 표정, 예상치 못한 갖가지 반응.
귀찮게 배터리 갈아 끼울 일도 없다.
가끔씩 더러운 침을 질질 흘리는 걸 제외하면.
갖고 놀기에 이만한 장난감이 어디 흔하랴.
일단 제원을 보자.
키 83Cm
몸무게 8.8kg
주요 특징
장점
1. 다양한 동작과 인공 지능(아직 한참 모자라긴 하지만)
2. 감정 표현과 기초적인 의사소통 가능
3. 빠르게 업그레이드 되는 성능
4. 인체에 무해한 부드러운 재질(뽀송하고 하얀 피부는 내가 볼 때도 꽤 괜찮음)
5. 청소기 겸용(기어다니면서 바닥을 다 훔치곤 함)
단점
1. 방귀와 트림(소리도 장난 아니고 냄새는 우에엑~)
2. 가끔씩 통제 불능 상태가 됨(한번 제대로 울기 시작하면 30분)
3. 주제 파악이 안 되고 분수를 모르는 경우 발생(내 물건을 제 물건인양 사용)
4, 방바닥에 흘린 것은 아무거나 다 주워 먹음(더럽기 한량없음)
5.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크기(휴대성이 떨어짐)
또 뭐 일린이를 흉보자는 건 아니지만 얘는 감정의 기복이 엄청 심하다.
내가 유치원 다녀와서 간식 삼아 짜요짜요나 콘후레이크를 먹고 있을라치면
어린 것이 먹고살겠다며 죽기 살기로 덤벼든다.
내가 먹을 걸 들고 다른 데로 도망하면
집이 떠나가라 대성통곡이 시작된다.
나중에 엄마 아빠 천국 갈 때도 그리 슬피 우는가 내 꼭 지켜 볼테다.
하지만 내 먹던 걸 한입 떠 넣어주면
언제 울었느냐는 듯 금세 방긋방긋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의 표정이 된다.
위아래로 난 두개의 앞니를 드러내며 헤죽헤죽
웃는 표정은 내가 봐도 좀 귀엽긴하다.
아직은 뭐 단점 투성이지만
이 녀석 사람 구실 할 때까지
성격 좋은 내가 참으면서 잘 갖고 놀아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