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망설임, 시나리오 이백개, 입술은 바짝바짝 #1
dingvirus + liberstar
어제, 11월 7일, 두사람이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사진은 벌써 7개월 전이로군요.
4월 3일 밤, 마침 수학여행 시즌이라 학생들로 경주의 모든 숙박시설이 다 차버렸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고, 몸을 누일만한 빈 방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숙박업소 주인들이 서로 묻고 물어서 '저 여관에 가면 방이 하나 있을지 몰라' 해서 찾아간 마지막 집의 마지막 방..
단 돈 이만원에 셋이서 저 방을 빌렸고, 어찌 그래서 자리를 잡긴 했는데..
방 모양새가 하도 좀 어이가 없어서..
옛날 영화에서 보던 바로 그런 방이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한 장면이 생각 난다며 히히덕대다가,
갑자기, 잠만 자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실제로도 사귄지 얼마 안되는 새내기 연인인 두 사람을 배우 시키고 연출에 들어갔습니다.
수건바구니등 소품도 충분해서 화면안에 배치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 단둘이 여관방에 온 남녀.
어찌어찌 서먹한 분위기..
오래된 이불, 오래된 콘센트, 오래된 물컵, 새로만난 남녀.. "
두 사람이 제법 잘해주어서 즐거운 촬영이었습니다. ^-^
지금쯤 두 사람은..
바다가 보이는 푸켓의 달콤한 신혼방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있을테죠?
경주 어느 허름한 여관방에서
3 APR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