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새
'아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라는 가늘어진 가락에서 '으악새'는 새 이름이 아니고 억새를 가리키며, 슬피 우는 것을 바람에 억새잎이 사각거리는 소리에 비유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모양이 비슷한 갈대와 억새를 잘 구분하지 못할 때는 자라는 곳에 따라 구별하면 아주 손쉽게 해결됩니다. 갈대는 강가나 습지에서 자라는 반면 억새는 산이나 들에서 자랍니다. 모두 벼과에 속하는 갈대와 억새는 특별히 곱거나 아름다운 꽃 한 송이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나 우리에겐 매우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둘 다 벼과의 풀이지만, 억새의 이삭은 하얀 색깔에다가 고운 회기비의 부채꼴 모양의 깃털을 연상하며 정갈한 맛이 있지만 이름처럼 그 잎도 갈대보다 더 억셉니다. 갈대는 키가 1-2 m인 억새에 비하여 좀 더 큰 2 m 이상이고, 회색이나 갈색 빛깔인 갈대 이삭은 겨울 털갈이하는 들짐승의 털처럼 곱거나 가지런하지 못하고 부드럽고 더부룩합니다. 둘 다 군집으로 자라지만, 갈대는 주로 강가나 습지에서 자라고, 억새는 강가도 물론 있지만, 좀 더 건조한 곳에서 잘 자랍니다. 산에서 자라는 갈대는 없으니, 등산하다가 보이면 억새라고 하면 틀리지 않습니다. 뿌리의 모양도 다르다. 억새는 굵고 긴 뿌리가 옆으로 퍼지지만, 갈대 뿌리는 굵은 뿌리에 수염뿌리가 많이 있습니다. 갈대로는 옛날 지붕도 이고, 갈목비라는 빗자루도 만들고, 억새처럼 억세지 않아 사료로도 쓰고 갈대의 땅속 어린순을 죽순처럼 먹었으며, 김을 말릴 발이나 돗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억새 줄기나 뿌리는 잘 말려서 달인 물을 약용한다. 이뇨, 진해,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