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
외할머니의 생신이었다.
내가 고3이 되던 해 겨울,
외할아버지께서 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후..
할머니께서는 부쩍 말씀이 줄으셨다.
부쩍 웃음도 즐으셨다.
그리고.. 부쩍 눈물이 느셨다.
자식들에게 느끼는 서운함도 부쩍 느셨다.
아마도 그건, 힘겨웠던 한평생을 함께한
할아버지의 공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것이다..
오랜만에 모든 가족이 모였다.
케익에 초를 꽂아 불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도 불렀다.
간만에 활짝 웃으셨다.
그 웃음이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아련히 마음이 아파왔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외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
내가 어린시절, 막내삼촌 군대 면회 갈때,
할머니 등에 업혀있던 나는 막 떠나려던 버스를 보며
"할머니 빨리 뛰어, 버스 놓치겠어-"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귀여움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외손자는
이제 장성해서 할머니를 업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가벼움.
어떻게 날 업으셨을까..
사랑하는 외할머니지만, 막상 표현은 참 어렵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야 할 사실은..
작은 사랑의 표현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무척 기뻐하신다.
쑥쓰러움에 내색하지 않으셔도..
한번이라도 더 전화드리고, 한번이라도 더 시골에 내려가야겠다.
그리곤 말씀드려야겠다..
사랑한다고...
IXUS 330, 2002. 12. 3. 외갓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