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3
대청봉에 올라 설악산의 정수리를 향해 뻗어 오른 산줄기와 골짜기를 내려다본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올랐고 또 오를 산길을 가늠해 보면서 산길마다 안고 있는 아픔들이 가슴에와 닿는 까닭은 설악산은 너무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로 무너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설악산의 정수리인 대청봉에 오르는 등산로는 가장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는 남설악 오색리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오색 등산로, 외설악 설악동에서 아름다운 천불동 계곡을 따라 와선대, 비선대를 거쳐 천당폭포와 죽음의 계곡 입구를 지나 비탈을 오르면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백두대간의 무너미 고개를 넘는다. 가파른 비탈을 진이 빠지도록 오르면 소청봉에 이르고 중청봉을 지나 대청봉에 닿는 천불동 계곡 길, 비선대에서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에 올라 험난한 산길로 알려진 공룡능선을 타고 넘어 희운각에 이르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소청봉, 중청봉을 지나 대청봉에 이르는 공룡능선 길, 내설악 용대리를 떠나 백담 계곡과 수렴동 계곡, 구곡담 계곡을 끼고 올라 소청봉에 오르고 중청봉을 지나 대청봉에 이르는 내설악의 가장 대표적인 산길인 수렴동 계곡 길, 남교리에서 12선녀탕 계곡을 끼고 올라 안산삼거리에 이르고 꿈틀거리며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을 타고 오르는 서북능선 길, 내설악 장수대를 떠나 대승령에 올라 서북능을 타고 대청봉에 이르는 대승령 길, 백두대간 한계령을 떠나 서북능에 올라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한계령 길, 불과 몇 개 되지 않는 등산로만이 대청봉을 오를 수 있는 산길로 정해져 있다. 이곳 말고는 모두 불법으로 대청봉에 오른다고 볼 수 있고 올라서도 안 되는 등산로라고 여겨진다. 오색등산로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생리에 잘 맞는 등산로다. 산길을 오르면서 자연을 보고 느끼며 오르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향해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등산로로 많은 이들이 찾고 오직 목표를 향해 온 힘을 쏟으며 오를 뿐이다. 한밤중에 무리 지어 오르는 대표적인 등산로이기도하다. 가파른 등산로는 쉽게 패이고 넓혀져 지금 복원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많은 등산객들이 계속 오르내린다면 제 모습을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천불동 계곡 길은 탐방로에 자리잡은 음식점, 기념품점을 지나면서 음악소리와 호객소리, 울긋불긋한 파라솔과 간판들로 설악산이라는 느낌을 갖을 수 없으나 비선대에 이르러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딱 한잔만 하고 가라는 확성기를 통한 호객소리를 벗어나면 자연 속으로 들게된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등산로를 오르면 등산로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곳곳에 난간이며 철계단이 마련돼 있고 계곡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과 휘장이 걸려 있으며 여러 가지 것들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자연의 느낌을 단절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을씨년스러운 대피소의 모습도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깍아 내리기는 마찬가지다. 계절마다 나무들의 색깔이 다르고 물소리도 다르며 바람소리조차 봄, 여름, 가을바람이 다르다.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을 맞고 오르는 천불동 계곡은 사람의 그림자 찾을 수 없는 고요와 정적 속으로 빠져들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연 속으로 깊이 빠져들까. 비선대에서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에 오르는 등산로는 설악산 정상부와 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짧은 산줄기들이 겹쳐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오를 수 있는 아름다운 등산로지만 공룡능선을 뛰었다고 떠벌리는 등산객들이 몰리는 성수기를 빼고는 등산객들이 많지 않은 곳이다. 성수기에 많은 등산객들이 몰리는 가파른 공룡능선은 무너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한해가 다르게 모습이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철딱서니 없는 등산객들이 뜀틀로 여기는 곳, 빠른 시간에 지나갔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등산객들과 무리 지어 백두대간을 휩쓸고 지나가는 대간 종주꾼들이 있는 한 공룡능선 등산로는 계속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