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폐백 사진까지 마치고 이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사진 찍으러 분주하게 돌아다닐 때부터..... 교실 앞에 있던 한 아이가...... 그때까지도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아이가 오랫동안 교실 앞에서 서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여기서 뭐하고 있니 ? " ...... 친구 기다려요. " 아이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랬구나. 근데 이름이 뭐니 ? " 김정혜에요. " 몇 살인데 ? " 10살이요. " 음, 그럼...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었겠구나 ? " 네. " 친구는 누군데 ? " 배우리요. " 응 ? 뭐라고 ? " 배 우 리 요. " 그래, 교실에 있는 친구는 언제 끝나는데 ? " 모르겠어요. " 거기까지 묻고 나서 난 문득.... 아이가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만 바보 같이..... 어른의 질문을 하고 말았다. 다른 친구는 없니 ? 다른 친구랑 놀면 되잖아. ................. 순간 난 아이에게 그렇게 말한 것을 후회했다. 난 왜 바보같이..... 기다리는 시간을 아깝다고, 그래서 차라리 기다리지 말고..... 다른 사람이랑 놀면 된다고... 그렇게 쉽게 생각했을까. 어느새 난... 조금만 기다려도...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그런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 아이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 * 2004년 10월 16일, 은평구 신사동 어느 성당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정혜라는 아이 " 언젠가부터 기다림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만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 Nikon FM2 + Nikkor 28mm 2.8 + Kodak Supra 400 + Epson Perfection-2400 (film scan) / 배경 음악 : Chris Glassfield 'Golden Land'
민투
2004-11-01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