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위에 쌓이는 배려<from diary>
2004.03.04 23:52
봄인줄 알았는데 날씨가 미쳤는지, 눈이 펑펑 오더라.
"나의 상징, 나의 미련, 이제는 잊혀져가는 나의 꿈을 당신들에게 선물해줄게요. 나를 잊지말아요. 다시 돌아올테니."
겨울은 그렇게 생각한거 같다. 적어도 내가보기엔. 그렇지만 어쩌면 이렇게 생각했을수도있지.
"흥, 이제 봄인줄 알고 좋아했었지? 이봐,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음에 두고보자!(악역대사)"
음, 뭐 전자는 천사표 겨울이고, 후자는 악마표 겨울인건가;; (쿨럭..)
어쨌건 개인적인 이미지로는 전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쁘게 보기엔 춥긴해도 너무 예뻤거든.끄덕끄덕.
오늘 하루종일 감기여서 방콕 엔드 두문불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마지막 눈이라고 생각해서 사진기를 들고 근 20분정도 집근처도 아니고 문열고 문앞과 2층에서 옥상(?)에서만 사진촬영을 했다.
처음엔 희디흰 눈이 펑펑 쏟아지길래 강아지처럼 마냥 좋았는데, 그것도 잠시. 한 2분이 지나니까 점점 춥고 손발에는 감각이 사라진다..(..)
그래도 사진은 찍었다! 이렇게 필꽂힐때 아니면 또 언제 찍나 싶기도하고, 놓치기엔 1년이나 앞으로 더 기다려야할테니까.
(덕분에 지금 열이 좀 오른듯 하네.으슬으슬 춥고...목은 점점 아파오고;; GG)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눈이 펑펑오는가운데 집앞 골목에 눈을 쓰시는 할머니가 보였다. 정말이지 벌써 눈은 꽤나 쌓여서 뽀득뽀득 하는 소리가 날정도고 당장 눈밖에 조금만 서있어도 눈사람이 되는데 그걸 다 마다하시고 구부정한 허리로 눈쓰시는 모습을 보니까, 왠지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가슴 한켠이 찡해왔다. 하얀 눈사이로 들어가시기 직전 담뱃불이 빨갛게 타오르다 꺼지는 걸 보면서 나 역시 감사하다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너무 추워서 더이상 찍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일 할머니께서 쓸어놓은 길을 밟고 학교에 갈 것이다.
그 정성과 베려가 눈대신 쌓인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