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아직....
Photo by Skyraider
내 친한 친구 하나는 나와 함께 구입했던 조그마한 카메라 Rollei35에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담았다.
단 한 번도 사진기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신 적 없으셨다던 녀석의 할머니,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시골에 내려온 하나뿐인 손자가 장난감 같은 조그만 사진기를 들이밀자,
"아이구마 얄궂은 카메라가 다 있구마."하시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시골 사진관에서 뽑아온 사진을 받아쥐고 환히 웃으시던 할머니.
아흔 둘의 연세로 돌아가시던 순간까지 그 사진을 머리 맡에 두고 계셨다고 하더군.
어쩌면..그 사진을 확대하여 할머님의 영정사진으로 썼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으리라.
할머님이 가시던 날까지 안고가신 것은 그 사진이었을까?
아니면 사진을 담아낸 손자의 마음이었을까?
이처럼, 아직 세상에는 나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이 많이 있다.
아직 시간은 많다. 조급한 사람의 마음이 그 시간을 줄여갈 뿐이지.
BGM : Yuichi Watanabe : Winter Stars (Noel Mag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