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에게 사랑하는 친구에게 - 박해옥 한결같이 별빛 푸른 밤 바다쪽 창을 열어 젊은 한량처럼 네 가슴을 흔들어 줄 겨울바다 파도를 보내느니 친구야 첫 물 나비처럼 여린 날개로 홀로 날으다 홀로 울던 여자야 언제 한 번 침묵의 날 있었더냐 회유어처럼 돌아갈 강 있더냐 오늘은 무엇으로 하루를 묶었더냐 너무 흰옷은 불편하듯이 너무 고와도 상처가 별스럽더구나 자신을 비우려 애쓰지도 말고 누구를 퍼주려 애쓰지도 말며 외로움에 익숙해지려 애쓰지도 말고 누구를 가슴저리게 그리워도 말아라 저무는 바다에서 이랑이랑 꽃 물드는 파도 곁에서 비상하는 혹은 떠나가는 물새를 볼 수만 있다면 칙칙한 세상 분진으로 네 뜨락이 설혹 불충할 지라도 판토마임 배우가 되어 살아볼 일이다 딱 하루만 오늘 한 번만 나의 하나님께 보채본다 그녀는 언제나 당신의 딸이오니 그녀의 낡음 대는 무릎을 당신의 은총으로 기워 달라고.
apnea
2004-10-26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