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캄보디아 프놈펜 알록깡안 마을
딜타이와 가다머의 사이에서 질문 몇 개.
1. 가다머식 접근.
사진의 대상과 역사성에 대한 선이해 없이 사진과의 대화 만으로
우리는 이 쌍둥이 애엄마의 미소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선입견과 이질성이 이 사진을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필수적인가?
사진을 찍은 이가 사진감상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것과
감상자가 사진만을 보고 이해한 것과의 차이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2. 여기서 다시 딜타이이식 접근을 해보자.
쌍둥이 애 엄마의 미소가 놓인 자리를 보자.
2001년 하반기 프놈펜 빈민촌에 큰 불이 나서 캄보디아 정부는 프놈펜 외곽에 화재민 정착촌을 만들었다.
가로 4미터 세로 5미터 내외의 땅을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지급 받은 이 애 엄마는
그 땅에 대나무 평상을 놓고 기둥을 세워 양철지붕을 얹은 뒤
사방으로 돌아가며 비닐을 둘러쳐 비를 막았다.
40도가 넘는 한낮에는 양철지붕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방안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초록색 비닐 안쪽으로 보이는 간이 장작화덕 그리고 냄비 몇 개가 살림살이의 전부이다.
이 정도의 역사적 정보면 사진 해석이 좀 달라지는가?
조금 더 가보자.
이 지역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혈액검사 이후 이 애 엄마는 에이즈 양성 반응을 보였고
두 쌍둥이 아기도 양성으로 판명되었다.
2년 이 훌쩍 넘은 지금 이들의 생사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사진의 역사성과 대상에 대한 정보가 가다머 식의 사진 이해로부터 감상자를 변화시켰음은 분명하다.
딜타이식의 사진해석에서 감상자는 사진 보다는 지나치게 정보자체에 의존하지는 않는가?
사진 없이 정보 만으로도 비슷한 해석과 감상이 이루어진다면
딜타이식 사진해석에서 사진 자체의 존재는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