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화려한 칼라, 손쉽고 편리한 디지털이 난무하는 시절이다. 하긴 나 자신도 체질상 인스턴트, 디지털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이 사진은 감도 3200의 거친 흑백필름으로 찍은 사진이다. 멋 모르고 시험 삼아 필름 종류별로 써본다고
비싸게 주고 사서 대전서는 현상이 안 되서 서울까지 보내고, 어찌어찌하여 한 달도 넘게 걸려 결과물을 얻은 사진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나 자신도 셔터를 누른 순간을 잊고 있었는데...
결과를 받아보고는 '이 느낌 때문에 사진을 찍는구나' 싶을 정도의 작은 감동의 순간이 지나갔다.
사진 기술상으론 형편없는 이 사진에 애착이 가고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조손(祖孫)간의 따듯한 마주봄과 인생을 항상 누군가의 배경처럼 인생을 사신 어머니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 사진을 보시고 당신이 예쁘게 안 나와서 무효(?)라고 하셨지만,
어머니가 살아오신 모습은 사진 속에 보이는 모습처럼 미소를 띠고 배경처럼 따듯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런 조용한 바라봄과 보살핌 속에 다음 세대가 자라난다.
내가 그랬고, 내 아이가 그렇고... 앞으로 어떤 시대가 와도 그럴것이다.
蛇足 : 첫 포스팅에 보여주신 뜻밖의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실력과 경험이 일천하여 좋은 사진 자주 올리진 못하겠지만, 부담없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