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선배의 부탁으로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험기간이라 망설였지만 나를 생각해준 선배의 부탁이기에, 아니
그보다 돈을 많이 줄것이라는 말에 하면 안된다는걸 알만서도 승낙하고 말았다.
L렌즈도 빌리고 전문가나 쓴다는 필름도 비싼값주고 사서 제법 전문가 티를 냈다.
시험기간에 점심도 못 얻어먹어 가며 하루종일 수돗물만 들이키며 8시간동안 한번
앉지도 못하며 팔이 감당도 못하는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꾸욱 참았다.
돈을 많이 준다는데...
그 믿음 하나만으로 모든 잡생각을 떨쳐 버릴수 있었다.
비싼 필름을 다 써가고 며칠전 새로 넣은 건전지 조차도
깜빡거리고, 힘들게 빌린 빨간띠 두른 렌즈가 흙먼지에 뒤범벅이 되고 해가 떨어지자
하루 일당 5만원을 받았다.
필름값에 건전지 값도 안나오다니...
한동안 속상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처음엔 하루 노가다 공쳤다는 생각에 속상했지만
이젠 돈때문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워 속상하다.
배낭여행중 똑딱이 카메라에 싸구려 필름으로 달리는 전철에서 그순간을 담고싶어서 무심코 누른
이사진 한장을 인화했을때 나는 이런맛에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남들보다 사진찍는걸 좋아하는
내가 무척이나 대견 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사진으로 돈맛을 느낀 난 뭔가를 잃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