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사랑이란 어쩌면.. 사랑이란 껌과 같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갖 포장지를 벗겼을땐, 향기도, 모양도 모두 정갈하고 오래갈듯 하다.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을 때 목뒤로 넘어가는 상큼하고 달콤한 갖가지 향.. 목구멍으로 꿀꺽-하고 삼키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인 단맛. 하지만 그 맛과 향은 오래 가지 않는다.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지고 질긴 고무의 질감만 남는다. 그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혹은 씹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기계적으로 입을 달싹 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턱이 아파지거나, 혹은 습관적으로 씹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뱉는다. 휴지에 싸서 휴지통에 돌돌 버리거나, 그보다 나쁘면 그냥 땅바닥에 휙-하고 내뱉어버린다. 땅에 붙은 껌은 오랫동안이나 떨어지지 않고 남는다. 그 자욱도. 형태도. 내가 철없는 시절에 사귀었던 -지금도 철이 있는건 아니다..- 그는, 단호하고,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었다. 우리의 사랑도, 아마도 껌과 같았나 보다. 맛과 향이 사라지고, 질긴 식감만 남았을때, 우리는 헤어졌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그에게는 아스팔트위 의 껌이 되었나 보다. 헤어지고 한참이 지나 내가 상처를 잊을 무렵, 그의 마음의 바닥에는 껌의 자국이 떨어지지 않은 채 남아 한참을 헤메었다. 자신의 마음의 바닥에 바짝 달라붙은 껌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씹던 껌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나는 아마도 그것을 차마 뱉을 수 없어 꿀꺽 삼켜 버린건 아닐까. 그래서, 그 후 새벽마다 묘하게 뱃속에서 꿈틀되는 어떤 것을 느끼고 눈을 뜨지는 않았을까. ......껌은 휴지에 싸서.. 쓰레기 통에......
비나리
2004-10-16 0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