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을까?
첫돌을 막 지난 아들의 사진이다.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뭐라고 하셨길래 저런 표정을 했을까?
처음 사진은 할아버지한테 혼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훈계를 듣는 것 같기도 한데 돌쟁이 아이치고는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두 번째 사진은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시자 “말도 안되요.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어요”하며 배를 쥐고 웃는 듯하다.
아이의 표정을 떠나서 나한테는 다른 생각 한 가지가 떠오르는 사진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버지는 돌쟁이 아이한테까지 충분히 진지하게 인생의 훈계(?)를 하실 수 있는 분이다.
살아오신 인생이 너무 진지하고 책임감 무거운 삶이셔서 그러신지 즐기시고, 노시는 여유가 없으시다.
첫 번째 사진을 보며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버지가 좀 더 여유를 가지셔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도 할아버지 농담에 배꼽을 쥐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 임신 중에 주한이 엄마가 뱃속의 아이 에게 읽어주던 ‘아버지의 기도’라는 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이런 것들을 허락하신 다음 이에 덧붙여 원하오니, 유머를 알게 하시고 생을 엄숙하게 살아감과 동시에 생을 즐길 줄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