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키우기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밖의 거리엔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미술관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벽면 전체가 커다란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방에 들어서니, 그림 앞 한 모퉁이에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나란히 꿇어 앉아 있다. 간간히 어머니는 아들에게 그림을 설명하고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는다. 좋은 그림 앞에서 인간의 미적 감수성은 눈을 뜨게 되어 있다. 어머니의 손길에 이끌려 어려서부터 명작을 보고 자라는 아이는 커서도 자신의 미적 감수성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안목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보면 안다.”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우리의 안목을 키우는 일이고, 좋은 예술품을 많이 보는 것이 그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정신적인 키가 쑥쑥 크는 것은 바로 명작 앞에 섰을 때다. 그림은 베로네세의 ‘레위 집에서의 만찬’이다. 예수와 열두 제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성대한 만찬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 이 그림의 제목은 ‘최후의 만찬’이었는데, 종교재판소에서 성서의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아, 마태오(레위)의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16세기 중엽, 이탈리아에서 외국의 섭정을 받지 않는 도시는 베네치아가 유일했다. 자국의 자유와 번영을 기원하고, 국민적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베네치아 공화국은 실제로 대형만찬을 자주 개최했는데, 이 그림은 그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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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8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