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종로 FM2. 50mm. Delta100 추석연휴 첫날, 종로에서 그의 발을 보았다. 멀찌감치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때, 난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쥐어 들었던 것 같다. 땡볕이 내리쬐는 정오, 수많은 행인들이 지나다니던 길위에서 그는 그렇게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그에게로 다가가면서 수십번을 생각했던 것 같다. 찍어도 되는가.. 안되는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그의 앞에 도착했을땐 난 아무런 주저없이 프레임에 그의 발을 집어 넣고 찍었다. 오늘, 현상한 필름을 스캔하면서 생각난 사실. 그의 얼굴을 전혀 기억할 수 없다는 것. 사실 난 그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는 것. 사실 그의 얼굴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는 것. 그 순간 난 단지 내가 원하는 사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이렇게 자책한다고, 이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
rockee
2004-10-07 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