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종로
FM2. 50mm. Delta100
추석연휴 첫날, 종로에서 그의 발을 보았다.
멀찌감치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때, 난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쥐어 들었던 것 같다.
땡볕이 내리쬐는 정오, 수많은 행인들이 지나다니던 길위에서 그는 그렇게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그에게로 다가가면서 수십번을 생각했던 것 같다.
찍어도 되는가.. 안되는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그의 앞에 도착했을땐 난 아무런 주저없이 프레임에 그의 발을 집어 넣고 찍었다.
오늘, 현상한 필름을 스캔하면서 생각난 사실.
그의 얼굴을 전혀 기억할 수 없다는 것.
사실 난 그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는 것.
사실 그의 얼굴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는 것.
그 순간 난 단지 내가 원하는 사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이렇게 자책한다고, 이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