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게 제목 흔적 지은이 신경림 생전에 아름다운 꽃을 많이도 피운 나무가 있다. 해마다 가지가 휠 만큼 탐스런 열매를 맺은 나무도 있고, 평생 번들거리는 잎새들로 몸단장만 한 나무도 있다. 가시로 서슬을 세워 끝내 아무한테도 곁을 주지 않은 나무도 있지만, 모두들 산비알에 똑같이 서서 햇살과 바람에 하얗게 바래가고 있다. 지나간 모든 날들을 스스로 장미빛 노을로 덧칠하면서. 제각기 무슨 흔적을 남기려고 안간힘을 다하면서
강현민
2003-06-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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