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고향을 잃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 그러하고 수몰민들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여기 한 사람, 고향에 가지 못해 소 같은 눈망울로 고개를 떨군다. 그날 나는 하필 내 고향 대구에서 고향을 잃은 그를 만난다는 사실이 좀 미안했지만 헤어질 무렵에는 도리어 부끄러움이 노을처럼 밀려 들었다. 비록 그는 육신이 태어난 고향에는 못가고는 있지만 옳든 그르든 자기가 믿고 확신하는 바를 오랜 세월 변함없이, 고향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세월이 얼마나 힘이 쎈지는 나도 웬만큼은 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참 부럽고 또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여긴 바를 다 접은지 이미 오래되어, 이리저리 시류 따라 흔들리며 사는데...그는 여전히 견고하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고향이 있고 정서적 연대로서의 고향이 있겠지만 인간에게는 자기신념의 고향이 또한 있으니 아... 나도 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화덕헌
2004-09-25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