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가끔 신기한 밤이있다.
공간이 약간 어긋난 듯하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보이는 그런 밤이다.
잠은 오지 않고, 밤새 째깍거리는 괘종시계의 울림과 천장으로 새어드는 달빛은, 내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어둠을 지배한다.
밤은 영원하다.
그리고 옛날에는 밤이 훨씬 길었던 것 같다.
무슨 희미한 냄새가 난다.
그 것은 아마도, 너무 희미해서 감미로운 이별의 냄새이리라.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애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결에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듯.
내 머릿속 '여름밤' 폴더에는 이런 밤에 대한 파일이 몇개나 저장되어
있다. 어렸을 적 셋이서 하염없이 걸었던 밤과 비슷한 자리에, 오늘 밤 역시 저장될 것이다.
살아있는 한 언젠가 또 이런 밤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하자.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 티티새, 마리아의 독백 中 - by Yoshimoto Ban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