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houette-:
그 해 가을,
한동안 소식이 없던 누나는
붉은 주름치마를 입고
갑작스레 나타나
만삭의 몸으로 녹슨 고리를 잡고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어머니 소리 지르지 마세요
새들이 자꾸만 날아가요
날은
금세 어두워질 것만 같았고
붉은 주름이 흔들릴 때마다
낯익은 풍경들
하나, 둘씩 지워지고 있었다
망연한 시선에 굴절되지 않은 기억들
눈살이 먼저 찌푸려졌다
그림자는 자꾸만 길어지고
멀리 무너져 내리는 산들이 보였다
울음 소리는 문턱을 넘지 못했고
누나가 앉았던 자리,
날 업어주던 기억 하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
.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 원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