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미북송 장기수 김원철 할아버지를 만나러 대구행 기차를 탔다. 나는 오랜만에 고향인 대구 땅을 밟은 감회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86살 이나 먹은 할배는 고향 이야기가 나오자 첨 보는 내 앞에서 울먹인다. 소위 간첩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27년간 혹독한 감옥살이 험한 세월을 산, 이미 눈물샘이 다 말랐을 것 같은 영감이... 글썽글썽 소같은 눈을 내게 보인다. 다행히 대머리라서 머리카락을 헤집을 필요도 없이 그 머리에 뿔이 없음을 담박에 알아차릴 순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눈물과 웃음은 작은 충격이었다. 갑자기 내가 울어 본지가 언제였던가 하는 잡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화덕헌
2004-09-13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