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소나기'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보았다.
물 속에 손을 잠갔다. 세수를 하였다.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었다. 싫었다.
소년은 두 손으로 물 속의 얼굴을 움키었다.
몇 번이고 움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소녀가 이리로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황순원의 '소나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