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강원도 홍천
그 뜨거운 햇볕아래
난 아이들의 고무보트를 끌어 주고
맹인 친구들의 점심 메뉴인 삼겹살을 구워 주느라
정신없는 한 때를 보냈다.
그리고 조금 쉴 겸해서
물가를 걸어 나왔는데
물가 옆 제방 위로 눈에 익은 모습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 창희 형과 두한이다.
창희 형은 (소아마비 때문에)다리를 절어 경사가 급한 물가길 로 내려오길 포기한 모양이다.
그래서 진작 여기에 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뛰노니 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하모니카를 꽤 오래 연주하다 잠이 들었나 보다.
(앵벌이 출신답게)두한이는 아까까지 고기 굽는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고기가 익자마자 날름날름 잘도 집어 먹더니
허기진 배를 가득 채운 후 창희 형이 잡아 놓은 터에 누워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서의 내내 두한이는 창희 형을 못 놀려 먹어 안달난 사람 같아 보였고
창희 형은 그런 두한이가 미워서 내게 고자질하기 바빴는데
사랑하는 사람들도 하기 힘들다는 팔베게까지 해가며 사이좋게 낮잠 자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