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오르며
산길을 오른다
바람을 따라 앞서 간
노승의 그림자를 밟으며
이미 지치고 힘 없는 나는
사바세계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늦여름 햇살이 가끔은
우거진 숲을 헤치고
급히 흘러 내리는 개울물에
발을 적시는데
참뜻과 바른 깨침은 어디에 있는가
이 마음에 서 있는가
아니면, 저 산봉우리에 앉아 있는가
불현듯 소리 없는 호령으로 다가 와
가슴 한 구석을 파고드는
속세의 번뇌여 부끄러운 아만이여
마음은 벌써 산꼭대기에 올라 있으니
천근 몸은 더욱 땅그늘에 숨는 것을
깨어 일어나라
저 아랫바람이 내 그림자를 밟느니
그것은 곧 정행을 위한
일념의 채찍이라
가파른 산길을 이제 넘으니
먼저 다가서는 또 하나의
내가 있구나
[산길을 오르며]
시인 : 문창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