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오르며 산길을 오른다 바람을 따라 앞서 간 노승의 그림자를 밟으며 이미 지치고 힘 없는 나는 사바세계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늦여름 햇살이 가끔은 우거진 숲을 헤치고 급히 흘러 내리는 개울물에 발을 적시는데 참뜻과 바른 깨침은 어디에 있는가 이 마음에 서 있는가 아니면, 저 산봉우리에 앉아 있는가 불현듯 소리 없는 호령으로 다가 와 가슴 한 구석을 파고드는 속세의 번뇌여 부끄러운 아만이여 마음은 벌써 산꼭대기에 올라 있으니 천근 몸은 더욱 땅그늘에 숨는 것을 깨어 일어나라 저 아랫바람이 내 그림자를 밟느니 그것은 곧 정행을 위한 일념의 채찍이라 가파른 산길을 이제 넘으니 먼저 다가서는 또 하나의 내가 있구나 [산길을 오르며] 시인 : 문창길
Oh Seung Hoon
2003-06-06 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