純秀(순수) Part. I 당신 앞에 서면 나는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입니다. 밤돋아 피었다간 다투어 지는 꽃. 채 묻어나지도 못할 때깔로 피어선 지레 내일이 두려워지는 그대로의 작은 들꽃입니다. 가지는 안개에 싸였습니다. 움츠러진 이파리엔 벌써부터 밤 서리가 분분합니다. 시선을 기다리는 꽃잎은 말없이 고개만 떨구우고 가득 물 오른 뿌리에는 어느 새 열매가 그립습니다. 하, 달빛도 부끄러운 오늘은 제게도 사랑이 있음입니까. 이렇듯 하야니 온몸이 부서짐은 달빛 속에 선 까닭입니까. 당신 앞에 선 까닭입니까.
조대리ND코코][장화신은고양이
2004-08-16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