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기일이어서 머리에 백색 두건을 쓴 백족여인 중국 운남성 리지앙 근처의 백족 자치구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원하기 위해 모두 머리에 흰 두건을 썼다 할머니는 103살 까지 살다가 가셨고 그걸 기념하려 모두 모여 흥겹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들려 나도 그들 틈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자꾸 내 밥 그릇에 반찬을 올려주신 탓에, 입에 잘 맞지 않는 음식을, 그러나 너무 맛있게 먹었다 술도 몇잔 걸치고 그제서야 카메라를 꺼내 몇컷 담았다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이국의 청년과 그들은 그러나 아무런 벽 없이 서로 어깨 걸고 놀았다 언어는 언어로만 소통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후 늦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그 집을 빠져나올 때 마침 비가 내려 그 비를 고맙게 실컷 맞았다
지구멀미
2004-08-07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