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기일이어서 머리에 백색 두건을 쓴 백족여인
중국 운남성 리지앙 근처의 백족 자치구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원하기 위해 모두 머리에 흰 두건을 썼다
할머니는 103살 까지 살다가 가셨고
그걸 기념하려 모두 모여 흥겹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들려
나도 그들 틈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자꾸 내 밥 그릇에 반찬을 올려주신 탓에,
입에 잘 맞지 않는 음식을, 그러나 너무 맛있게 먹었다
술도 몇잔 걸치고 그제서야 카메라를 꺼내 몇컷 담았다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이국의 청년과 그들은
그러나 아무런 벽 없이 서로 어깨 걸고 놀았다
언어는 언어로만 소통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후 늦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그 집을 빠져나올 때
마침 비가 내려
그 비를 고맙게 실컷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