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속의 선바위
울산의 12경 가운데 하나인 선바위...
태화강의 상류(범서읍 입암리)에는 백룡이 자리잡고 살았다고 하는 백룡담(白龍潭)의 푸른 물 가운데 깎아 세운 듯한
기암괴석 선바위(立岩)가 있다. 선바위의 총 높이는 33.2m, 수면위 둘레 46.3m, 최정상 폭 2.9m에 이른다.
선바위 동쪽 벼랑은 층암이 깎은 듯 해서 이 또한 절경이며 그 벼랑위에는 용암정(龍岩亭)이라는 학성이씨의 정자와
선암사(仙岩寺)가 한층 운치를 더한다.
이곳의 분위기가 이처럼 절경이니 예로부터 경향각지에서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끊임없이 찾아들어 절경경관을 노래한 주옥같은 시(詩)들이
면면히 전해오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이곳 입암(立岩)마을에는 달덩이처럼 아름다운 미모의 처녀가 살고 있었다 한다.
어느 날 승복을 한 스님 한 분이 나타나 공양미 동냥을 하며 마을을 돌고 있는데 어느 골목에 이르렀을 때 마침
오늘도 동네 청년들이 모여 앉아 이 미모의 처녀 이야기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곳을 스쳐 지나가던 스님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님의 신분으로 미모의 이 처녀의 미모에 관심이 쏠리고 말았다.
스님은 신분이 신분인지라 몇번이고 고개를 저으며 체념을 다짐해 보았으나 허사였다.
마침내 이 스님은 앞뒤를 가리지 못하고 천하절색 이 미모의 처녀를 만나야 되겠다는 생각만이 온 뇌리를 사로잡게 되었다.
이 미모의 처녀가 언제 한번 바깥에 나오지 않겠나를 빌었고 고대 하던중 어느 날 미모의 이 처녀는 빨래감을 이고
냇가로 나오는 것을 본 스님은 빨래터 건너편 숲 속에 몸을 숨기었다.
아무 것도 모른채 빨래터에 나와 빨래를 하는 처녀를 숨어서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던 이 스님은 미인을 보고 넋을 잃을 정도로 도취되고 말았다.
스님은 중심을 못 잡은 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날마다 입암(立岩)마을을 맴돌다 용기를 내어
처녀의 집에 들러 목탁치고 염불하며 동냥을 하기에 이른다.
처녀가 나와 스님의 동냥바랑에 쌀을 쏟아 넣는 순간, 스님이 인연이라 이 같은 이변이 일어나지
처녀의 미모에 도취해 스님신분을 망각한 체 처녀의 손목을 덥썩 잡자 놀란 처녀는 집안으로 단숨에 뛰어 들어 갔다.
그러던 어느날 기다리던 처녀는 다시 빨래터에 빨래하러 갔다.
스님은 다시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때 태화강상류(太和江 上流)쪽에서 큰 폭우가 내려 홍수가 밀고 내려왔다.
마치 집동같은 성난 물구비가 사정없이 몰려오는데 불가사의(不可思議)하게도 큰바위 하나가 우뚝 선 채로 둥둥 떠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빨래하던 처녀가 하도 신기하여 "어머! 정말 이상도해라. 바위도 장가가는가봐?"라고 하였다.
처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우람한 바위는 처녀쪽으로 다가왔다. 이를 지켜보던 숲속의 스님이 황급히 뛰어내려 처녀를 구하려 했으나 처녀와 스님 모두 바위에 깔리고 말았다.
이 미모의 처녀와 스님은 우연한 한날 한시에 선바위에 깔려 한 많은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되고 말았다.
다음날 시체가 백천(栢川)까지 떠내려 왔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옹달샘이라고도 불렀다.
이런 일이 있은후로는 선바위가 서 있는 백룡담(白龍潭)에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려고 하는 날 밤에는
애닲은 여인의 애간장을 끓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백천에는 큰뱀이 금빛찬란한 서광을 발하며 물살을 가르면서
백룡담(白龍潭)으로 올라가 처녀혼(處女魂)과 상봉하고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변이 일어나기만하면 큰비가 내려 이지방에는 큰피해를 입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마도 이생에서 이루지 못한 인연이 후생에 가서 이루기는 했으나 신의 노여움을 산 얄궂은 인연이라 이 같은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출처 : 울산시의 울산12경 소개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