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
나는 재수생이다.
시간은 나의 땀방울에 녹아 사라지고
이제 111일 남았다.
길에서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 성적이 낮았던 그 친구가
내가 가고싶어하는 대학에 다니고있단다.
그대가 재수를 하였다면,
이 여백의 무게를 한없이 느껴줄거라 믿는다......
괜히 좀 울다가
괜히 또 웃겨서 하하 웃고 공부를 시작했다.
'라이히 법률은 라이히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에 의하는 외에 라이히 정부에 의해서도 의결될 수 있다...'
열심히 책에 줄을 긋다가 슈퍼에 내려가 데미소다 오렌지맛을 샀다.
시원하게 꿀꺽꿀꺽 마시니 마음이 ㅆ ㅏ ㅇ ㅏ 시원해졌다.
빨간펜을 필통에서 꺼내고, 어디 줄을 칠지 살펴보고있는데
데미소다가 날 향해 웃고있다.
비 웃고 있다.
젠장.
썩을 데미소다.
폰카메라로 찍어서 화질은 구리지만, 이 마음을, 이 썩을 데미소다를, 레이소다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구린 화질이 세상을 바라보는 요즘의 제 눈을 나타내주는 것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