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벨리스크 앞에서....
그 곳에 가고 싶어하던 소년이 있었다.
웬지 그 곳에만 가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왜 신을 만나고 싶냔 질문에 소년은 "보고 싶어서요."라고 말했었다.
만나면 잘해줄 것 같은 느낌, 만나면 따뜻하게 안아줄 것 같은 바램.
나이가 들어 소년의 머리가 굵어지면서 녀석은 살다시피 했던 성당을 떠났다.
신의 존재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신의 존재가 부담스러워서.
한때, 따뜻하고 잘해줄 것 같았던 신은 사실 중요할 때 침묵을 지키는 이라는 것을
깨닫게되면서 '구경꾼 하느님'에 대한 독설을 내뱉고는 성당문을 나왔다.
소년은 여전히 '종교'란에 '가톨릭'이라고 적고 있다.
여전히 소년은 성당에 들어가면 감실 앞에 앉아서 무작정 말 걸기를 즐긴다.
그리고...소년은 신의 섭리를 인간은 알 수 없다고 되뇌이면서 그의 침묵을 이해하려 애쓴다.
그러면서도 뒤로는 맘 상해하고 짜증도 내고 싶어한다....
2004. 봄
아인스월드에서
EOS 1DS, EF 70-200 2.8L IS
Photo By Skyraider